체벌,
이제 없어지지 않았나?

“친딸을 성폭행했다는 사실 만으로 부모의 부담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2018년 4월 6일, 제주지방법원은 18세 딸을 때리고 위협한 혐의로 아동학대로 기소된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는 작년 9월 자신의 집에서 딸이 문신한 모습을 보고 욕설을 하며 주먹으로 이마를 때렸다. 그해 10월에는 집 화장실에서 딸이 담배를 피우자 욕설을 하며 물건을 들어 때릴 듯이 위협하는 등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김씨는 이와 별도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세차례 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함께 기소되어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아동복지법은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을 아동학대로 규정하여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미성년자가 몸에 문신을 하거나 담배를 피우는 행위는 사회의 건전한 통념상 허용될 수 없다’며, 김씨의 폭행과 정서적 학대 행위를 적절한 교양과 훈육으로 간주했다.‘딸의 잘못을 묵과하고 모른채 방임하는 것이 오히려 학대행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제주의 소리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면 명확합니다. 김씨는 의지할 수 있는 보호자가 아닌, 학대 가해자입니다. 재판부는 성폭행 가해자라고 해도 부모로서 훈육을 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했지만, 자식의 입장에서는 성폭행을 저지르고 은폐할 수 있었던 억압자가 다른 폭력들을 동시에 저지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해당 판결은 체벌이 법으로 금지된 지금도, 사법부가 가해자의 입장에 이입하며 인권의식이 정체되어있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체벌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23년 이상 지속된 체벌 금지 운동 끝에 초중등교육법과 아동복지법이 개정되어 체벌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서울, 경기, 광주, 전북에서는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체벌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2017 경기도 학생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한 해동안 체벌을 경험한 학생은 13.9%입니다. 특히 중학생 중 9.2%가 1달에 1회 이상 체벌을 경험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중학생 응답자 중 47명(1%)은 한 주에 3회 이상 체벌을 겪었습니다. 오늘 학교에 가면 체벌을 당할지 동전 던지기로 내기를 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체벌을 목격함으로써 정신적 피해를 입은 경우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학생인권교육센터에 따르면, 2017년도 학생인권 상담 및 권리구제 항목 중 가장 자주 제보된 건은 체벌 사건(210건)입니다. 교육청에 신고했다가 학교나 교사로부터 불이익을 받을까봐 신고를 꺼리게 되는 학생의 입장을 고려하면 실제 일어난 체벌 사건은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체벌의 빈도는 과거에 비해 드물어졌지만, 무시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닙니다.

체벌이 계속 일어나는 이유,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2017년 6월, 다섯명의 학생들을 대걸레 봉으로 폭행한 김포외고 교사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허락을 받지 않고 화장실에 다녀왔다는 이유였다. 학년부장 허 교사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 세 명을 교무실 앞 복도로 데려가 욕설을 하며 각목으로 사물함을 내리쳤다. 부러진 각목을 한 학생의 목에 겨누고 '찔러 죽이기 딱 좋다'고 위협했다. 피해학생을 비롯한 학생 다섯 명은 기숙사 한 방에 모여 의논한 후 경찰에 '무섭다'고 신고했다.

이튿날 허 교사는 5명을 불러 '야간에 정해진 기숙사 호실을 이탈했다'는 이유로 교무실 문을 잠그고 대걸레의 알루미늄 봉으로 학생 엉덩이와 허벅지를 때렸다. 대걸레 봉이 구부러지고, 학생들의 허벅지에 멍이 들었다. 다른 교사 2명이 함께 있었지만, 아무도 신고하거나 제지하지 않았다.

학교는 피해 학생을 보호하지 않았다. 허 교사는 '학교 명예를 훼손하는 학생'이라며 교내에서 피해 학생을 계속해서 비난했다. 학생의 제보를 받은 청소년단체, 인권단체들이 문제제기에 나서고, 경찰과 교육청의 조사가 이루어지자 사건 발생 후 2달이 지나서야 임시조치를 취하고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김포경찰서는 허 교사를 특수폭행 및 특수협박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없는 체벌행위는 아니라며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학교 내 처벌도 유야무야 되고, 사건을 고발한 학생들은 괴롭힘을 겪었다. 한겨레, 청소년신문 요즘것들

법으로 금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체벌 가해자는 어떤 처벌이나 제재, 교육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사법기관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학대와 교육적인 체벌을 구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앞선 사례에서 보이는 사법기관의 입장은 ‘맞을만한 짓을 했다면, 때릴 수 있다’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태형 등의 신체적 고통을 주는 형벌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이유입니다. 그러나 아동청소년을 비롯한 여러 소수자들은 여전히 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있습니다. 소수자에 대한 폭력은 사회적 편견이 그 폭력을 정당화하고, 은폐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합니다. 유아기에 겪은 체벌과 청소년기에 겪은 체벌은 ‘체벌을 당할 수 있는 약자의 위치’라는 연속성을 가집니다.

체벌 근절을 위한 약속에
함께해주세요!

  1. 나는 앞으로 체벌을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
  2. 나는 체벌이 이루어지는 것을 목격한다면 제지하거나 신고할 것임을 약속합니다.
우리의 상징, 돌맹이 이야기 대한민국의 체벌금지 현황 체벌거부선언